
최근 국내 출시된 볼보 EX30.
코어 트림이 4,755만 원, 울트라 트림이 5,183만 원
전기차 보조금을 적용하면 4천만원대 초반이라는
다소 임팩트 있는 가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내 소형 전기차 시장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현대기아 해치백 살 돈으로 볼보를 사다니…
자동차 가격이 어떻게 되고 있는 것인가 싶습니다.

북미에서 싸디 싼 전기차로
나름 이름 날리던 쉐보레의 볼트 EV가
국내에서 4천만원대 중반에 팔렸었던 것을 생각하면,
볼보가 얼마나 작심하고 EX30을
국내 출시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볼트 EV의 북미 판매 가격은 약 2만 6천달러.
반면, EX30의 북미 판매 가격은 약 3만 5천달러부터니까…
gm 한국사업장은
무려 9천달러의 가격 차이를 물거품으로 만든 셈이네요.
단종된 것을 천만다행이라 해야할까요?

물론, EX30은 중국산입니다.
볼보가 북유럽 스웨덴의 브랜드인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국내 판매되는 EX30은 중국 허베이성에 위치한
지리자동차그룹의 공장에서 생산된 중국산 자동차입니다.

지리자동차그룹 산하 브랜드 Zeekr의 역작.
Zeekr X와 같은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EX30과 비교했을 때, Zeekr X가 조금 더 크고,
더 빠르고, 와우 포인트도 더 많은 것 같습니다만
훨씬 훨씬 저렴합니다.

지리자동차 입장에서는
같은 플랫폼으로 더 적은 컨텐츠를 넣고도,
볼보라는 브랜드 값을 부를 수 있으니
아아주 남는 장사일 것 같습니다.

미국 미시간주의 오리온 공장에서 태어난
그저 그런 그냥 쉐보레 볼트 EV.
북유럽 스웨덴 스칸디나비안 감성 가득한 외모에
그렇지 않은 출신, 중국산 EX30.
이게 어려운지 쉬운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밸런스 게임의 완성입니다.
물론 저는 EX30를 택할겁니다.
더 예쁘니까요.

사실 볼트를 볼 때마다
참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테일램프.
분명 상단에 위치한 램프가
테일램프의 역할을 할 것 같은데요.
상단의 램프는
좀처럼 일을 하지 않습니다.

이게 스탑 램프와 방향 지시등 역할을 합니다.

어찌 공들여 만든 램프를 두고,
리어 리플렉션처럼 조악한 이 부품을 테일램프로 쓰는지...
어떤 두뇌 회전으로 이런 제품이
세상에 나왔는지 신기합니다.
.
.
.
아무튼,

이 EX30은 작정하고 싸게 싸게 만들려고 했습니다.
스위치 개수도 줄이려고 했거든요.

바로 윈도우 스위치.

보통 우리가 타는 4도어에는
각 도어마다 창문 스위치가 달려 있지 않습니까?
운전석에 4개, 나머지 도어에 하나씩.
총 7개가 있네요.

EX30에는 도어에 버튼이 없습니다.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문을 열기 위한 손잡이만 있네요.

창문 스위치를 센터 콘솔에 모아 놓았어요.
센터 콘솔 앞쪽에 2개, 뒤쪽에 2개. 총 4개.
세상에나.
무려 3개의 스위치를 줄였습니다.
에게? 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만,

각 도어마다 버튼을 넣기 위해
줄줄이 엮어놓은 하네스도 줄일 수 있었구요.
도어 암레스트에 버튼을 넣기 위한
플라스틱 사출물 역시 더이상 만들지 않아도 됩니다.
없어진 버튼 3개가 각각 흩어져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연쇄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부품의 개수는
아마 제곱 이상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온갖 재활용 재질을 사용하고
친환경에 집중했다고 주장하는 볼보인데요.
이렇게 부품을 줄이는 것 역시
환경을 생각하는 방법 중 하나일겁니다.

전자제어, 와이어리스, 더 나아가 SDV.
소프트웨어 기반의 차량 제어가 증가하면서,
물리적 버튼을 줄이고 터치 인터페이스로 하는 것이
요즘 자동차이지 않습니까?

인스트루먼트 패널에 수십개의 버튼 대신
아이패드 하나만 올리는 것을 넘어서,
도어 패널의 버튼 하나하나도
줄여 나가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사실 볼보 EX30처럼
센터 콘솔에 윈도우 스위치를 배치한 사례는
과거에도 존재했습니다.
주로 옛날 유럽차들이 그랬던 것 같은데,
BMW, 벤츠, 재규어, 랜드로버,
마세라티, 다치아, 시트로엥, DS 등등…

윈도우 스위치가 센터콘솔에 있는 차를
타 본적이 없어서 어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헤드라인도 등장한 것을 보면
불호가 강한 것 같긴 합니다.

볼보 EX30의 센터 콘솔 윈도우 스위치는
원가 절감과 부품 최소화를
반영한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과거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지만
결국 다시 도어 패널 방식으로 돌아간 것을 감안하면...
그리고 도어 패널 윈도우 스위치에
익숙한 사용자가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이 디자인이 유효한지,
아니면 사용자에게 또 다시
낯선 방식을 강요하는 것인지는 미지수입니다.
하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하는 위치를 바꿈으로써
부품을 몇 개씩 줄이고 차 값도 내릴 수 있다면,
재활용할 수 없는 종이 빨대로
종이맛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것보단
친환경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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